
낙차
권승지에게 인생은 늘 언덕 꼭대기에 올라앉은 수레 같은 거였다. 단 한 번 가볍게 밀었을 뿐인데도 그녀의 인생은 불안할 정도로 속력이 붙고, 덜컹거리고, 항상 아래로만 향했다. 물을 탄 양주, 전기 테이프가 감긴 회칼, 자꾸만 부스러지는 가짜 발기부전치료제. 그런 것들은 죄다 승지와 함께 부산의 가장 어두운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구정물에 손을 담그고 오늘을 견뎌온 승지는 담배 밀수입이라는 새로운 일거리를 알아내게 된다. 부산 외곽에서 접촉한 밀수업자는 네 살 아래의 풋내기. “권승지 씨, 나이는요?” “…스무 살이요.” 제대로 한탕하고 이곳을 뜨기로 결심한 후로 승지의 나이와 표정, 과거와 미래는 그 순간부터 모두 거짓이 되어야 했다. 적어도 눈앞의 스물한 살짜리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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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승지에게 인생은 늘 언덕 꼭대기에 올라앉은 수레 같은 거였다. 단 한 번 가볍게 밀었을 뿐인데도 그녀의 인생은 불안할 정도로 속력이 붙고, 덜컹거리고, 항상 아래로만 향했다. 물을 탄 양주, 전기 테이프가 감긴 회칼, 자꾸만 부스러지는 가짜 발기부전치료제. 그런 것들은 죄다 승지와 함께 부산의 가장 어두운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구정물에 손을 담그고 오늘을 견뎌온 승지는 담배 밀수입이라는 새로운 일거리를 알아내게 된다. 부산 외곽에서 접촉한 밀수업자는 네 살 아래의 풋내기. “권승지 씨, 나이는요?” “…스무 살이요.” 제대로 한탕하고 이곳을 뜨기로 결심한 후로 승지의 나이와 표정, 과거와 미래는 그 순간부터 모두 거짓이 되어야 했다. 적어도 눈앞의 스물한 살짜리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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