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너, 너, 나 좋아해? 사, 사귀, 사귀자는 그런, 그런 거야?' '요새 누가 잔다고 다 사겨요. 그냥 언니랑 자보고 싶어서요.' '그, 그래도, 그, 이런 건 조금…….' '싫음 말고요. 그냥 한 말이에요.' 개강한 지 얼마 안 돼서 있었던 개강 파티였다. 늦게까지 술을 마시는 분위기에 지쳐서 잠깐 빠져나왔는데, 그 애가 먼저 나와 있었다. 어색하게 잠깐 옆에 서 있었다. 그때 불쑥 그랬다. 나랑 자고 싶다고. 정말 말 그대로 불쑥. 뜬금없고, 맥락도 없었다. 정연우. 딱히 친하진 않았다.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고, 의식도 했던 것 같은데. 오히려 나보다는 세영과 더 잘 아는 사이였다. 중학교 때 같은 계발 활동을 했다고 그랬다. 그러고 보면 참 신기할 지경이었다. 그 정도로 인연이 질기게 겹쳤는데도 어째서 친분이 없었을까. 친해지고 싶었던 마음은 내심 있었던 것 같긴 했다. 오히려 그래서 더 선뜻 다가가기가 어려웠나. 몇 번 말을 섞긴 했는데 그다지 기억에 남은 대화는 없었다. 그건 그만큼 긴 대화를 나눠본 적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나도 그렇게 수다스러운 편은 아니었지만, 정연우도 그런 성격이듯 싶었다. 낯도 많이 가려서 친한 친구들한테만 촐싹거리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성격. 그래서 무뚝뚝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나타나서, 그것도 자고 싶다는 말을 하는 정연우라니. 어이가 없었다. 근데 더 어이가 없었던 건, 진짜 어이가 없었던 건 뭐였냐면. '시, 싫다고 안 했는데.' 내가 그렇게 말했다는 거다. 내가, 이 선해인이. 학창시절엔 꽉 막힌 사고방식으로 찐따 찌질이 같다고 놀림 받고. 한여름에도 긴 팔, 긴 바지를 고수하고. 심지어 연애를 했을 때도 터치는 절대 안 하는 것으로 조건을 내걸었던 나, 선해인이.
(더 보기)'……왜? 너, 너, 나 좋아해? 사, 사귀, 사귀자는 그런, 그런 거야?' '요새 누가 잔다고 다 사겨요. 그냥 언니랑 자보고 싶어서요.' '그, 그래도, 그, 이런 건 조금…….' '싫음 말고요. 그냥 한 말이에요.' 개강한 지 얼마 안 돼서 있었던 개강 파티였다. 늦게까지 술을 마시는 분위기에 지쳐서 잠깐 빠져나왔는데, 그 애가 먼저 나와 있었다. 어색하게 잠깐 옆에 서 있었다. 그때 불쑥 그랬다. 나랑 자고 싶다고. 정말 말 그대로 불쑥. 뜬금없고, 맥락도 없었다. 정연우. 딱히 친하진 않았다.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고, 의식도 했던 것 같은데. 오히려 나보다는 세영과 더 잘 아는 사이였다. 중학교 때 같은 계발 활동을 했다고 그랬다. 그러고 보면 참 신기할 지경이었다. 그 정도로 인연이 질기게 겹쳤는데도 어째서 친분이 없었을까. 친해지고 싶었던 마음은 내심 있었던 것 같긴 했다. 오히려 그래서 더 선뜻 다가가기가 어려웠나. 몇 번 말을 섞긴 했는데 그다지 기억에 남은 대화는 없었다. 그건 그만큼 긴 대화를 나눠본 적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나도 그렇게 수다스러운 편은 아니었지만, 정연우도 그런 성격이듯 싶었다. 낯도 많이 가려서 친한 친구들한테만 촐싹거리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성격. 그래서 무뚝뚝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나타나서, 그것도 자고 싶다는 말을 하는 정연우라니. 어이가 없었다. 근데 더 어이가 없었던 건, 진짜 어이가 없었던 건 뭐였냐면. '시, 싫다고 안 했는데.' 내가 그렇게 말했다는 거다. 내가, 이 선해인이. 학창시절엔 꽉 막힌 사고방식으로 찐따 찌질이 같다고 놀림 받고. 한여름에도 긴 팔, 긴 바지를 고수하고. 심지어 연애를 했을 때도 터치는 절대 안 하는 것으로 조건을 내걸었던 나, 선해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