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 번만 키스해요, 우리.” 빼어난 미모와 천부적인 꽃미소로 뭇 사람들의 마음을 홀라당 앗아가버리는 그녀, 송하은. 부족한 것 없이 모든 게 완벽할 것 같은 그녀에게도 한 가지 흠 아닌 흠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그녀가 무성애자라는 것. 성적 끌림을 느껴 보려 별의별 짓을 다 해 봤지만 결국 자신이 무성애자라는 사실만 확고해질 뿐 별다른 소득이 없었는데, 어느 날 우연히 타게 된 만원버스에서 목소리만으로도 뜨겁게 달아오르게 만드는 한 여자를 만나게 되면서 인생이 180도로 바뀌게 된다. * * * “언니.” 여진의 눈을 빤히 응시한 채, 하은이 여진에게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여진은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왠지 모르게 그래야 할 것 같았다. “거, 거기서 얘기하세요.” 말까지 더듬어 가며 다급하게 말을 내뱉었지만, 하은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거침없이 발걸음을 옮겨 여진에게로 다가갔다. “가……까이 오지 마시고…….” 하은이 한 발자국 다가올 때마다 한 발자국 멀어지면서 거리를 유지하던 여진은,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다는 걸 깨닫고는, 불안한 마음에 품 안에 든 옷을 꽉 움켜쥐었다. 고작 21살의 여자애일 뿐인데, 그것도 자신보다 키도 작고 덩치도 작은 여자애일 뿐인데. 쪼그라든 달팽이처럼 잔뜩 움츠러진 여진과는 달리, 세상 당당한 하은이었다. 그녀는 잠시 동안 여진의 눈을 빤히 응시하더니 천천히 입술을 뗐다. “딱 한 번만.” 느릿느릿하지만 또박또박 말을 내뱉던 그녀의 입에서, “키스해요.” 예상치 못한 말이 튀어나오는 순간, “우리.” 여진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더 보기)“딱 한 번만 키스해요, 우리.” 빼어난 미모와 천부적인 꽃미소로 뭇 사람들의 마음을 홀라당 앗아가버리는 그녀, 송하은. 부족한 것 없이 모든 게 완벽할 것 같은 그녀에게도 한 가지 흠 아닌 흠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그녀가 무성애자라는 것. 성적 끌림을 느껴 보려 별의별 짓을 다 해 봤지만 결국 자신이 무성애자라는 사실만 확고해질 뿐 별다른 소득이 없었는데, 어느 날 우연히 타게 된 만원버스에서 목소리만으로도 뜨겁게 달아오르게 만드는 한 여자를 만나게 되면서 인생이 180도로 바뀌게 된다. * * * “언니.” 여진의 눈을 빤히 응시한 채, 하은이 여진에게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여진은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왠지 모르게 그래야 할 것 같았다. “거, 거기서 얘기하세요.” 말까지 더듬어 가며 다급하게 말을 내뱉었지만, 하은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거침없이 발걸음을 옮겨 여진에게로 다가갔다. “가……까이 오지 마시고…….” 하은이 한 발자국 다가올 때마다 한 발자국 멀어지면서 거리를 유지하던 여진은,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다는 걸 깨닫고는, 불안한 마음에 품 안에 든 옷을 꽉 움켜쥐었다. 고작 21살의 여자애일 뿐인데, 그것도 자신보다 키도 작고 덩치도 작은 여자애일 뿐인데. 쪼그라든 달팽이처럼 잔뜩 움츠러진 여진과는 달리, 세상 당당한 하은이었다. 그녀는 잠시 동안 여진의 눈을 빤히 응시하더니 천천히 입술을 뗐다. “딱 한 번만.” 느릿느릿하지만 또박또박 말을 내뱉던 그녀의 입에서, “키스해요.” 예상치 못한 말이 튀어나오는 순간, “우리.” 여진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