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안주인은 주인님이 되고 싶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스물셋 평생, 누굴 만나건 관계를 주도해 본 적이 없이 방에 틀어박혀 있던 안주인은 어머니 김 여사의 손에 끌려 반강제로 독립을 하게 된다. 독립과 동시에 건물의 입주 관리인 된 첫날, 주인은 402호 여자를 만난다. “내 친구 아들이 회계사인데, 혹시 남자친구 없으면 소개해 줄까요?” “엄마는 뭐 하러 그런 얘기를 해….” “제가 여자를 좋아해서요.” 그 한마디에 침묵이 찾아왔다. 주인은 저도 모르는 사이 자그맣게 입을 벌렸다. 하마터면 헤벌어진 입술 사이로 물고 있던 사탕을 흘릴 뻔했다. 수다쟁이 김 여사께서 우리 딸도 여자 좋아하는데, 같은 얘기만큼은 안 해서 정말 다행이었다. *** -세입자 민가희는 타고나길 주인님이다. 이 빌라, 제 소유예요…. 들릴 듯 말 듯 종알거린 얘기가 놀라웠다. 집주인 자식이 아니라 집주인? 이십대 초반으로 보이는데 건물주? 여자 좋아한다는 얘기를 들은 사람은 둘로 나뉜다. 피하거나, 다가오거나. 눈앞의 여자는 피하지 않았다. 성적 취향을 고백했을 때도, 떨떠름하게 굴거나 기겁하지 않았다. 동그랗게 눈을 뜨고는 시선을 맞부딪혔다. 발그레 물든 얼굴로 부끄럼을 탔고, 손을 꼼지락거렸다. 지금처럼,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가희는 은박지로 덮인 떡 접시를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설마, 지금 이게… 유혹이야? 집주인 주인과 세입자 가희, 관계의 주도권은 누가 잡게 될까?
(더 보기)-집주인 안주인은 주인님이 되고 싶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스물셋 평생, 누굴 만나건 관계를 주도해 본 적이 없이 방에 틀어박혀 있던 안주인은 어머니 김 여사의 손에 끌려 반강제로 독립을 하게 된다. 독립과 동시에 건물의 입주 관리인 된 첫날, 주인은 402호 여자를 만난다. “내 친구 아들이 회계사인데, 혹시 남자친구 없으면 소개해 줄까요?” “엄마는 뭐 하러 그런 얘기를 해….” “제가 여자를 좋아해서요.” 그 한마디에 침묵이 찾아왔다. 주인은 저도 모르는 사이 자그맣게 입을 벌렸다. 하마터면 헤벌어진 입술 사이로 물고 있던 사탕을 흘릴 뻔했다. 수다쟁이 김 여사께서 우리 딸도 여자 좋아하는데, 같은 얘기만큼은 안 해서 정말 다행이었다. *** -세입자 민가희는 타고나길 주인님이다. 이 빌라, 제 소유예요…. 들릴 듯 말 듯 종알거린 얘기가 놀라웠다. 집주인 자식이 아니라 집주인? 이십대 초반으로 보이는데 건물주? 여자 좋아한다는 얘기를 들은 사람은 둘로 나뉜다. 피하거나, 다가오거나. 눈앞의 여자는 피하지 않았다. 성적 취향을 고백했을 때도, 떨떠름하게 굴거나 기겁하지 않았다. 동그랗게 눈을 뜨고는 시선을 맞부딪혔다. 발그레 물든 얼굴로 부끄럼을 탔고, 손을 꼼지락거렸다. 지금처럼,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가희는 은박지로 덮인 떡 접시를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설마, 지금 이게… 유혹이야? 집주인 주인과 세입자 가희, 관계의 주도권은 누가 잡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