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계략 표지
완결소설

그녀의 계략

"하, 머리야." 지유는 눈꺼풀이 떨리며 천천히 눈을 떴다. 깨질 것처럼 쑤시는 두통이 이마를 죄어오자 인상을 찌푸렸다. 시야가 흐릿하게 흔들렸고, 천장이 위로 도는 건지 자신이 아래로 가라앉는 건지 분간조차 되지 않았다. 머릿속은 아수라장이 휩쓸고 지나간 듯 텅 비고 어지러웠다. 지유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머리가 지끈거려 이마를 짚었고, 비틀거리는 몸을 침대 가장자리에 겨우 걸쳤다. 정신을 가다듬으려 고개를 숙인 순간, 시선 끝에 걸린 자신의 맨몸이 시야에 들어왔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나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지유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어젯밤의 기억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연서를 만났고, 함께 술을 마셨다. 그 장면까진 또렷했다. 하지만 그 이후는 머릿속이 텅 비어 있었다. 게다가 안쪽은 얼마나 얼얼한지, 허벅지엔 힘이 들어가지 않을 지경이었다. 시트는 축축하게 젖어 있었고, 고개를 돌리자 옆자리에 구겨진 티슈와 옷가지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이게 뭐야. 왜......." 지유는 잠에서 덜 깬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낯선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자신의 자취방이 아니었다. 방 안은 형형색색의 벽지로 뒤덮여 있었고, 그 촌스러운 무늬가 불편하게 시야를 차지했다. 누가 봐도 모텔이었다. 구석 테이블 위엔 마른 라면 국물이 말라붙은 용기와 찌그러진 맥주캔이 나뒹굴고 있었다. 눅눅한 공기와 진한 술 냄새가 코를 찔렀다. 지유는 침대 발치에 걸쳐진 가운을 움켜쥐어 몸에 둘렀다. 헐렁한 가운 안으로 차가운 공기가 파고들었지만, 피부에 닿는 감각보다 머릿속의 혼란이 먼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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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머리야." 지유는 눈꺼풀이 떨리며 천천히 눈을 떴다. 깨질 것처럼 쑤시는 두통이 이마를 죄어오자 인상을 찌푸렸다. 시야가 흐릿하게 흔들렸고, 천장이 위로 도는 건지 자신이 아래로 가라앉는 건지 분간조차 되지 않았다. 머릿속은 아수라장이 휩쓸고 지나간 듯 텅 비고 어지러웠다. 지유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머리가 지끈거려 이마를 짚었고, 비틀거리는 몸을 침대 가장자리에 겨우 걸쳤다. 정신을 가다듬으려 고개를 숙인 순간, 시선 끝에 걸린 자신의 맨몸이 시야에 들어왔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나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지유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어젯밤의 기억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연서를 만났고, 함께 술을 마셨다. 그 장면까진 또렷했다. 하지만 그 이후는 머릿속이 텅 비어 있었다. 게다가 안쪽은 얼마나 얼얼한지, 허벅지엔 힘이 들어가지 않을 지경이었다. 시트는 축축하게 젖어 있었고, 고개를 돌리자 옆자리에 구겨진 티슈와 옷가지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이게 뭐야. 왜......." 지유는 잠에서 덜 깬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낯선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자신의 자취방이 아니었다. 방 안은 형형색색의 벽지로 뒤덮여 있었고, 그 촌스러운 무늬가 불편하게 시야를 차지했다. 누가 봐도 모텔이었다. 구석 테이블 위엔 마른 라면 국물이 말라붙은 용기와 찌그러진 맥주캔이 나뒹굴고 있었다. 눅눅한 공기와 진한 술 냄새가 코를 찔렀다. 지유는 침대 발치에 걸쳐진 가운을 움켜쥐어 몸에 둘렀다. 헐렁한 가운 안으로 차가운 공기가 파고들었지만, 피부에 닿는 감각보다 머릿속의 혼란이 먼저였다.

이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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