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애
[본문에서] “여기서 뭐 해?” 낯선 목소리. “비 오는데 왜 그러고 있어.” 누군가 우산을 받쳐 주고 있었다. 덕분에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한 방울도 맞지 않았다. 술에 취해서 상황 판단이 느렸다. 고개를 들어 보니, 가슴까지 오는 갈색 머리에 하얀 피부를 가진 여자가 빨간 우산을 들고 있었다. “… 누구세요?”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여자의 어깨와 등은 빗물로 젖어들어갔다. 수진의 물음에 여자가 빙긋 웃었다. “오랜만이야, 언니.” 상대는 수진을 알고 있는 듯 보였다. 수진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싸매고 이 낯선 여자가 누구인지, 기억을 되짚어 보지만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당신 누구야?” 조금 진정된 수진이 공격적으로 물었다. “날 못 알아볼 줄은 몰랐는데.” “…….” “나야. 주해원.” 처음 수진은 해원이란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 이름을 기억해내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다. “주해원, 기억 못하겠어?” 해원이 다시금 힘주어 말했다. 다시 그 이름을 들으니 어렴풋이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그 주해원?” “그래. 그 주해원.” “열세 살 주해원?” “지금은 스물일곱 살 주해원.” “말도 안 돼.”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수진이 아는 주해원이 아니었다. 그만큼 시간이 흘렀으니 당연한 말이었지만, 지금 해원은 너무나 낯선 사람처럼 느껴졌다. “보고 싶었어.”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해원의 옷은 점점 젖어 들어갔다. 수진은 취해서, 우산이 지금 자신에게로 쏠렸다는 걸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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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에서] “여기서 뭐 해?” 낯선 목소리. “비 오는데 왜 그러고 있어.” 누군가 우산을 받쳐 주고 있었다. 덕분에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한 방울도 맞지 않았다. 술에 취해서 상황 판단이 느렸다. 고개를 들어 보니, 가슴까지 오는 갈색 머리에 하얀 피부를 가진 여자가 빨간 우산을 들고 있었다. “… 누구세요?”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여자의 어깨와 등은 빗물로 젖어들어갔다. 수진의 물음에 여자가 빙긋 웃었다. “오랜만이야, 언니.” 상대는 수진을 알고 있는 듯 보였다. 수진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싸매고 이 낯선 여자가 누구인지, 기억을 되짚어 보지만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당신 누구야?” 조금 진정된 수진이 공격적으로 물었다. “날 못 알아볼 줄은 몰랐는데.” “…….” “나야. 주해원.” 처음 수진은 해원이란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 이름을 기억해내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다. “주해원, 기억 못하겠어?” 해원이 다시금 힘주어 말했다. 다시 그 이름을 들으니 어렴풋이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그 주해원?” “그래. 그 주해원.” “열세 살 주해원?” “지금은 스물일곱 살 주해원.” “말도 안 돼.”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수진이 아는 주해원이 아니었다. 그만큼 시간이 흘렀으니 당연한 말이었지만, 지금 해원은 너무나 낯선 사람처럼 느껴졌다. “보고 싶었어.”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해원의 옷은 점점 젖어 들어갔다. 수진은 취해서, 우산이 지금 자신에게로 쏠렸다는 걸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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