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녀의 아씨
억겁의 굴레를 돌아, 돌아 너는 어여쁜 꽃이 되었고 나는 추녀가 되었다. 나의 연재, 나의 아씨. 천상에서 어긋난 우리의 사랑, 이승에서나 맺어질까. 천하일색. 경국지색. 뭇사람들의 입을 모아 칭송하는 말, 바로 진연재를 향한 세상 사람들의 찬양의 소리였다. 하나 그런 연재에게도 불운이 있었으니 그것은 여염집 규수가 아닌 중인 집안의 출신이라는 것이었다. 관기 출신인 어미가 타고난 미색으로 진가 상단의 행수인 아비를 유혹했고 그들 사이에 연재가 태어났다. 비록 신분은 미흡했으나 연재의 어린 시절은 남부럽지 않은 호사를 누렸다. 그러나 아비인 진 행수가 세상을 떠나고 난 후 어미의 마음은 변했다. 관기 출신인 자신의 신분이 싫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제 딸, 연재의 신분이 중인인 것도 싫었다. 올라가야만 한다. 하류층이 아닌 상류층으로. 그것이 혹, 늙고 늙은 양반가의 재취 자리라도 말이다. 단아, 단아, 나의 단아. 측은하고 착한, 언니 같은 나의 단아. 나는 내일이면 너의 곁을 떠날지도 몰라. 어머니의 뜻에 따라 어느 대갓집 정실부인으로 영영 네 곁을 떠날지도 몰라. 친자매 같았던 너를, 아픈 상처만 가득한 너를. 내 어이 두고 떠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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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겁의 굴레를 돌아, 돌아 너는 어여쁜 꽃이 되었고 나는 추녀가 되었다. 나의 연재, 나의 아씨. 천상에서 어긋난 우리의 사랑, 이승에서나 맺어질까. 천하일색. 경국지색. 뭇사람들의 입을 모아 칭송하는 말, 바로 진연재를 향한 세상 사람들의 찬양의 소리였다. 하나 그런 연재에게도 불운이 있었으니 그것은 여염집 규수가 아닌 중인 집안의 출신이라는 것이었다. 관기 출신인 어미가 타고난 미색으로 진가 상단의 행수인 아비를 유혹했고 그들 사이에 연재가 태어났다. 비록 신분은 미흡했으나 연재의 어린 시절은 남부럽지 않은 호사를 누렸다. 그러나 아비인 진 행수가 세상을 떠나고 난 후 어미의 마음은 변했다. 관기 출신인 자신의 신분이 싫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제 딸, 연재의 신분이 중인인 것도 싫었다. 올라가야만 한다. 하류층이 아닌 상류층으로. 그것이 혹, 늙고 늙은 양반가의 재취 자리라도 말이다. 단아, 단아, 나의 단아. 측은하고 착한, 언니 같은 나의 단아. 나는 내일이면 너의 곁을 떠날지도 몰라. 어머니의 뜻에 따라 어느 대갓집 정실부인으로 영영 네 곁을 떠날지도 몰라. 친자매 같았던 너를, 아픈 상처만 가득한 너를. 내 어이 두고 떠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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