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기> 시윤은 도화살을 타고났다. 그것도 아주 끔찍한 종류의 도화살이었다. 앞집 무당 할머니는 시윤의 점을 봐 줄 때마다 혀를 차곤 했다. "쯧쯔, 도화살 때문에 곱게 못 죽겠구먼. 제 어미랑 똑같은 팔자야." 무당 할머니는 이전에 어머니의 점을 봤 주셨을 때도 그런 말을 하곤 했다. "도, 화살요?" "그래, 도화살. 원치 않아도 주변에서 사람들이 엉겨 붙을 게다. 그게 싫으면, 어떤 사람이든 반년을 넘기지 마라." "......" 무당 할머니가 목소리를 낮추어 시윤에게 강하게 경고했다. 어머니에게도 같은 경고를 했지만, 잘 듣지 않아 소용이 없었다고 했다. "네 어미 곁에 맴돌던 남자들, 기억나지? 처음에는 멀끔하고 신사 같아 보이는 놈들인데, 반년쯤 지나면 어쩐지 눈빛이 번들거리고 이상한 기미가 느껴지지 않더냐?" "...네, 그랬어요." 시윤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무당 할머니의 말대로, 어머니 곁엔 항상 남자들이 맴돌았다. 초혼, 재혼, 삼혼, 그리고 수많은 애인들까지. 하지만 정상적인 부류보다는... 사이코, 스토커, 미친놈들에 가까운 부류들이었다. 강박증에 의처증 환자도 적지 않았다. 시윤의 어머니는 줄곧 그런 남자들에게 시달리다, 결국 행방불명이 됐다. 딸인 시윤조차도 어머니의 행방을 알지 못할 정도로, 어느 순간 소식이 뚝 끊겨버린 것이다. "쯧, 쯔쯔. 그러니까 무조건 일 년이야. 누굴 만나더라도 반년 안에 뚝 끊어버려야 돼. 알겠지? 명심해야 된다. 딱 육 개월이야. 그렇지 않으면, 않으면, 너도 네 엄마처럼 행방불명될 게다!" 무당 할머니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시윤에게 경고했다. 시윤이 부르르 떨리는 눈을 꽉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럴게요. 시윤은 어머니처럼 살다가 사라지고 싶지 않았다. 절대로 그러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