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아는 윤서의 앞에서 팔짱을 낀 채 바로 그 말을 떠올리며 말했다. '처음부터 느끼게 해준다' 던. "네가 따주는 애라며." 그 말을 들은 윤서가 수아를 올려보았다. 시꺼먼 검은 머리카락에, 허여멀건한 얼굴. 그 머리카락처럼 검은 눈동자가 또 새하얀 흰자에 콕 박혀 있었다. 희고 검은 얼굴이지만 대체로 이목구비는 요모조모해서 단정하고 평범하게도 보였다. 그래서 수아는 제가 들은 그 얘기 속 그 사람과 눈 앞의 윤서가 같은 사람이라고 믿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핏기 없는 입술이 달싹거린 얘기는 그 첫인상과 영 딴판이었다. "각오는 되어 있고?" 여자치고는 낮은 목소리가 한층 더 깔아서 말한다. 단호한 목소리였지만 수아의 결심도 거기에 밀리지 않았다. "손으로 한다며. 거기에 뭐 각오 씩이나 필요해." 윤서가 비스듬히 수아를 올려다본 채, 입가를 끌어올렸다. 김수아. 벚꽃제에서 미스 동해대가 된 인문대 2학년. 늘씬늘씬한 몸매에 눈꼬리가 올라간 고양이상 미녀를 윤서는 바로 알아보았다. 사과대 남신이랑 요란한 연애를 시작했다는 걸 동해대 들락거리는 사람들이라면 다 알았다. 사람들과 많이 얽히지도 않은 윤서가 알 정도였다. 에타 뿐 아니라 도서관이나 교내 카페에서도 가장 핫한 화제니까. 그런데 그 미스 동해대가 처녀라. 윤서는 수아를 다시 한번 훑어보았다. 어디를 봐도 꽤 편견이 생기는, 남자 깨나 후렸을 거 같은 외모인데. 윤서가 여전히 입가를 올린 채 수아를 바라볼 적에, 수아는 윤서의 인상이 단번에 변했다고 느꼈다. 좀 더 어둡고 악마적이고… 뭔가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윤서의 말을 한 번은 놓쳤다. "…와." "어? 뭐라고 했어?"
(더 보기)수아는 윤서의 앞에서 팔짱을 낀 채 바로 그 말을 떠올리며 말했다. '처음부터 느끼게 해준다' 던. "네가 따주는 애라며." 그 말을 들은 윤서가 수아를 올려보았다. 시꺼먼 검은 머리카락에, 허여멀건한 얼굴. 그 머리카락처럼 검은 눈동자가 또 새하얀 흰자에 콕 박혀 있었다. 희고 검은 얼굴이지만 대체로 이목구비는 요모조모해서 단정하고 평범하게도 보였다. 그래서 수아는 제가 들은 그 얘기 속 그 사람과 눈 앞의 윤서가 같은 사람이라고 믿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핏기 없는 입술이 달싹거린 얘기는 그 첫인상과 영 딴판이었다. "각오는 되어 있고?" 여자치고는 낮은 목소리가 한층 더 깔아서 말한다. 단호한 목소리였지만 수아의 결심도 거기에 밀리지 않았다. "손으로 한다며. 거기에 뭐 각오 씩이나 필요해." 윤서가 비스듬히 수아를 올려다본 채, 입가를 끌어올렸다. 김수아. 벚꽃제에서 미스 동해대가 된 인문대 2학년. 늘씬늘씬한 몸매에 눈꼬리가 올라간 고양이상 미녀를 윤서는 바로 알아보았다. 사과대 남신이랑 요란한 연애를 시작했다는 걸 동해대 들락거리는 사람들이라면 다 알았다. 사람들과 많이 얽히지도 않은 윤서가 알 정도였다. 에타 뿐 아니라 도서관이나 교내 카페에서도 가장 핫한 화제니까. 그런데 그 미스 동해대가 처녀라. 윤서는 수아를 다시 한번 훑어보았다. 어디를 봐도 꽤 편견이 생기는, 남자 깨나 후렸을 거 같은 외모인데. 윤서가 여전히 입가를 올린 채 수아를 바라볼 적에, 수아는 윤서의 인상이 단번에 변했다고 느꼈다. 좀 더 어둡고 악마적이고… 뭔가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윤서의 말을 한 번은 놓쳤다. "…와." "어? 뭐라고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