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K그룹 상속녀 민형은 결혼을 한 달 놓아두고 지인들이 열어준 처녀파티에 참석한다. 꼭 참가하라는 아버지의 말에 어쩔 수 없는 참석했으나 핑계를 대서 빠르게 나가고 싶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의 눈에 자신의 뒤치다꺼리를 해주는 한정서가 데리고 온 청소부가 눈에 띈다. 이 파티에 참석한 대부분이 아는 것 같은데 청소부라는 게 이상했다. 딱 보니 한정서의 지저분한 장난질에 걸린 거 같았다. 묵묵히 자기 일을 하면서도 자존심에 입을 꾹 다물고 있으니까. 민형은 이 애를 이용해 이 고루한 파티를 끝내기로 했다. 밴드 보컬이라는 시우에게 월급을 팁으로 넣어주며 노래를 시켰다. 극도로 뛰어난 청력의 민형은 그 한 곡을 들으면 굉장히 피곤하고 날카로울 테니 이대로 집에 갈 생각이었다. 시우는 큰돈에 머뭇거렸으나 돈이 필요했던지라 눈을 감고, 청소부의 옷을 입은 채로 마이크도 없이 노래했다. 별 관심 없었던 민형이 첫 소절만 듣고 떠나려던 그때, 실로 특이한 음색에 발걸음이 떨어지진 않았다. 어차피 소음이나 다름없는 소리들의 조합에서 혼자만 튀는, 꼭 클래식 속에서 일렉 기타를 틀어놓은 것만 같았다. 빚은 2천 정도, 갚아주기 어려운 금액도 아니었다. 그런데 부득부득 돈을 갚겠다며 명함까지 받아가는 그 고집과 미련함조차 생각났다. 매일, 잠깐의 침묵 속에서 온전한 휴식보다 그 불편한 소음을 떠올렸다. 차분한 음 사이에서 혼자만의 소리를 내며 뚜벅뚜벅 다가온 그 애의 마음을 할퀴고 싶었다. 겁주고도 싶었다. 그래서 내뱉은 말은 제법 천박했다. “이제 너는 내연녀가 되는 거야.”